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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감성/씀

6월4일

  가만보면 먹는 것에는 그렇게 큰 욕심이 없다. 남들이 맛있고 멋있게 찍어 올려놓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아도 그저 ‘음식물’로 보여지지 군침이 돌거나 꿀꺽하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배고프면 아무거나 주워먹고 배가 부르면 그냥 그대로, 하루에 한 끼만 대충 채워먹어도 별 상관이없다. 



  또 가만보면 자는 것에도 욕망이 없다. 졸리면 눈 감고 담배피러 나가고 싶으면 일어난다. 열시간을 넘게 자든 네시간만 자든 딱히 아 지금 졸려서 뒤져버리겠네 라는 생각도 왕왕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 승려랬다. 식욕, 수면욕도 그렇게 대충대충 하고 살면 그게 사람이냐고. 인간의 즐거움은 먹고 자는데서 나오는 원초적 행복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내게 충고한다. 뭐 이깟게 대수람. 나는 별로!



  집안일은 좋다. 세면대에 곰팡이가 조금이라도 슬어있으면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꿈에서는 에어컨 필터 안에 있는 먼지들이 나를 공격하고있었다. 때마침 시간이 생겨 에어컨 필터를 세제물에 박박 씻고 세탁기를 돌리고, 연꽃향의 섬유 유연제 냄새가 코끝을 톡 지나갔다. 머리카락 청소기로 바닥을 뻑뻑 닦고 필터 청소를 깨-끗-이 한 에어컨을 가동시킨다. 띠리링- 하고 소리가 울리며 주위의 공기는 18도의 온도로 차츰 서늘해진다. 

  이 기분이 좋다. 대충 아무런 생각없이 안경 하나 툭 끼고 하고싶은 말을 툭툭, 그까이꺼 뭐 대충 뱉어내는 지금의 나를, 지금의 모습을, 과거가 될 지금을, 나는 사랑한다. 행복하다. 문드러진 청소용 칫솔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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