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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365/매일365

진짜 공부가 무엇인가요?


진짜 공부가 무엇인가요?


  나는 매일 등교를 할 때에 경향신문을 본다. 아침시간에 주요뉴스라고 뜨게되는데 그 날엔 전주의 한 여자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이 자퇴를 선언하고 1인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뉴스를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은 대견함도 느끼고 어린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당찬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함과 동시에 앞으로 그 친구의 앞길에 쏟아질 따가운 시선이 걱정되며 속으로 앓을 상처가 클 것이기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그 친구는 앞으로 사회를 살아가면서 고등학교도 못 나온, 중졸의, 자퇴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다. 그녀가 타인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저 공교육의 헛점을 정확하게 꼬집어 스스로의 혁명을 일군 것이다. 그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기위해 한 발 나선 것이다. 이것을 알지 못하는 보통 다수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앞에서는 박수를, 뒤에서는 손가락질을 해댈 것이다.
  한국인들은 그렇다. 무언가 일반화된 루트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간다면 그것은 죄악이요, 차별의 꼬챙이가 된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3년동안 지적 옥살이를 하는 것과 같다. 아침 6시에 기숙사에서 일어나 7:30분부터 밤 12시까지 수업과 자습의 반복이다. 이것을 3년동안 한다고 생각해보면 옥살이를 하는 죄수들과 다를게 무엇인가, 단지 머릿속에 무언가를 쉴새없이 집어넣는 것의 차이일뿐이다. 이것을 공부라고, 지식의 확장이라고 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너무나도 개념이 다르다고 본다. 


  내게 공부라는 것은 모든 과목을 통달하여 고득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서울권에 있는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공부란 본인이 좋아하고 가슴을 뛰게 해주는 무언가를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다. 학문적 공부 그 이상의 어떤것도 다 공부가 될 수 있고, 이 과정에 조력자의 도움이 보태어져 스스로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란 어떠한 목적과 수단이 되기보다는 학생이 느끼고 사고하는 그 자체의 과정이 교육이다. 목표로서의 서울대, 판검사, 공무원 시험의 합격이 아니라 내가 배운 것을 통해 즐거워야하고 또 이 즐거움이 나로부터 확대되어 사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입식 교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야한다. 주입식 교육은 뇌에 단순히 넣는 일밖에 안된다. 그러나 자기 주도적 학습은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기에 뇌의 여러 근육을 사용하면서 공부를 하니 교육부에서 그렇게도 주장하는 창의적인 사고력도 기를 수 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가 많을지언정 이것이 진정한 학습이고 사회 발전에 도모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시안적인 주입식 교육의 방식으로 가르칠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로서의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공부해!’라는 말만 들으면 얼굴을 찌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하고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주입시키려하니까 싫은 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로 독서또한 마찬가지다. 자기가 읽고싶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정한, 서울대학교에서 지정한 도서를, 그것도 저렇게나 바쁜 고등학생한테 100권이나! 억지로 읽히기에 어느새 독서 또한 하기 싫은 공부의 연장선 위에 올려진 것이다.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꼴찌에,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1위인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어느 누구가 하고싶지 않아하는 일을 억지로 하고싶은가,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1등은 과연 진정으로 행복할까. 


  대학은 조금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대학교는 고등학교까지 배웠던 교육을 통하여 보다 더 심화되고 체계적인 고등교육을 배우러 가는 곳인데 한국사회에서 대학교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누구나 다 가는 취업하러 가기 위한 학원이라고 생각하는게 딱 알맞는 것 같다. 실례로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에 왜 가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대답한다. “취업하려구요” 혹은 “남들 다 가니까 안 가면 그렇잖아요” 
  나는 취업을 위해 대학을 아무 계획없이 가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뚜렷한 목적없이 남들도 다 가니깐 간다는 것은 멍청한 핑계가 아닌가. 오히려 자신만의 잠재된 역량을 발굴하여 노력을 한다면 대학을 꼭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학을 취업하러 가는 곳이라는 생각보다 더 불편한 사실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취업을 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우리의 시선이다. 우리의 프레임이 벌써 대학=취업 이라고 규정지어버린 것이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유쾌하고 보람찬 인생을 만들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 이러한 사회 시스템은 우리의 고정된 의식이 바뀌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설사 남들과 다르더라도 이 길 또한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의식과 여러가지 연고들로 인해 저 소녀는, 혹은 앞으로의 우리들은 크고 작은 벽 앞에서 주저앉을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지치고 힘든 고등학생들에게는 조그마한 위로와 용기를, 그리하여 그들이 무언가를 깨닫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나는 촛불 하나의 힘을 믿는다. 나로부터 시작된 조그만 움직임이 둘이 되고 더 크게 퍼져나가듯이 안될거라는 생각보다는 나부터라도 라는 생각으로 움직여보자.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