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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감성/씀

젊은 날의 유언, 마리아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生을 마감하게 된다면 나의 삶과 죽음을 축복하고 안녕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당신, 당신에게 편지를 한 장 써볼게요. 당신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당신을 부르는 이름과 당시의 시간들의 색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우리, 내가 어렸을 적 에버랜드에 같이 간 적이 있지요. 내가 아마 분홍색 폴라티를 입고 살이 조금 올랐었지요. 나는 그 날이 우리의 추억 속에서 가장 먼,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그 수많았던 튤립 앞에서 나와 당신들이 함께 찍었던 사진이 아직 기억나요. 큰 자명종 시계의 추에 붙어있는 그 사진 말이에요. 


  그땐 참, 참 젊었었던 시절이었죠. 당신도 웃고, 당신의 당신도 웃고 나도 웃었죠. 손을 꽉 마주한 그 따스함에서 우리는 행복했죠. 가끔 내 스스로 묻습니다. 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이었냐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시간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아주 잔잔하고 확실하게. 우리 튤립 앞에서의 그 사진은 내 기억 저 편속에서도 아주 뚜렷하지요.


  당신은 내가 어느 곳에서, 언제 무엇을 하든 영원한 사랑을 보내지 않았나요. 그 사랑과 애정이 그리워질 때 즈음이면 당신은 내 곁에 없겠죠. 나는 그럴때면 어떡해야 하나요.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고 변치않는 눈물과 손잡음을 건네주던 당신이 보고싶어질 때에는 나는 어디를 가야하나요, 우리 꿈에서는 만날 수 있나요, 그 꿈은 또 내 마음대로 되나요. 닿으려해도 닿을 수 없겠죠, 내 어릴 적 세상에서 가장 큰 통유리로 바라봤던 당신의 뒷모습과 또한 당신이 만들어 주었던 그 맑은 된장찌개는 이제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후회.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단어입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미련, 미안함, 거기서 오는 크나큰 후회는 어떡해야하나요, 보고싶은데, 다시 그 살결의 향을 맡고 싶어도 이제는 저 타오르는 불 속으로 들어간 그 향을 어디서 맡을 수 있을까요. 


  엄마, 그 전화 한 통화. 내가 한 때 피했고, 이제는 듣고싶어도 들을 수 없는 내 엄마의 목소리. 맑은 된장찌개. 뉴욕에서 맡았던 엄마의 화장품 향. 매일 웃기게 해 주었던 농담. 성실함. 빨간 자동차. 기계치. 가끔씩 보고싶다며 전화했던 내 엄마의 목소리. 담배피지 말라며 울었던 시간. 나의 엄마. 나의 어머니. 나의 마리아. 언제, 우리 언제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다음 생에도 당신의 딸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하나님과 거래하고싶어요.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달려가겠다고. 당신의 품 안 속으로 달려가서 다시 맡고 싶은 내 엄마의 향. 


  미안해요. 엄마 내가 더 잘할게요. 남아있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 더 뚜렷한 선을 만들어갈게요.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께 보여주고싶어요. 나의 영원한 마리아. 나의 영원한 어머니, 나의 은사, 내가 갚을 그 전부 중의 가장 큰 집합체. 


  내가 문득, 사랑해 엄마. 라고 부르면 무슨 일이냐며 걱정하며 얼른 들어가 자라는 그 목소리를, 나는 그것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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