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기대期待하다



 내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분히 다혈질 성격이 강한 사람이다. 좋으면 좋다고 얼굴에 티가 확 나고 싫으면 싫은대로 불편한 감정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괜히 흐지부지한 태도는 좋아하지 않아서 나름대로 깔끔하게 만나고, 정리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고충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덜컥덜컥 기대를 하는 것이다. 

 

  기대를 하는 것이 왜 고충으로 자리잡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오히려 기대하는 태도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百闻不如意见이라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한 때, 기대를 참 많이, 다양하게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 습관은 어려운게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언행하길 원하는 것’ 이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할 사람이 벌써 몇 보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아라. 당신들에게도 나와 같은 이 미운 습관이 새싹마냥 고개를 삐죽 올리고 있을테다. 

 

  예를 하나 가정해보자. 당신은 오후 네시에 집 근처 커피숍에서 애인와 약속을 잡았다. 차근차근 준비를 하니 시간은 흘러서 세시 삼십분 경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 때 당신은 괜한 기대를 하나 한다. ‘그 사람이 우리 집 앞으로 와서 나와 같이 가면 좋을텐데..’ 라는 상상. 한 번쯤은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식이 아니더라도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하나에 기대하고 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당신은 알고있다. 그런 막연한 상상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마 사랑하는 그이는 약속시간에 한 오분쯤 늦게 미안하다며 머쓱하게 카페 문을 열을 것을.  
  


  처음 사람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는 모든 연인들에게는 이러한 관례 아닌 관례를 한번쯤은 거치게 된다. 그 사람이 나같고 내가 그사람과 같아 심지어는 생각과 행동마저 일치시키고싶어하는 당돌하고 못된 습관이다. 그러나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그 감정 하나만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세계도 건설하고 부수는 마당에 이런 것쯤은 사소한 애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큰 상처는 실오라기같은 작은 실수하나로부터 시작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혼자 덜컥 기대하고 희망을 갖다가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면서 괜히 상대에게 샐죽거리는 것이다. 

 

  내게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 다양한 모습, 다양한 이유로 상대에게 희망과 기대를, 실망과 아픔을 주고 받고했었다. 돌이켜보니 좋은 배움이면서도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쉽게 기대하지않는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만 더 큰 법을 알았으니 스스로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내 뜻대로 안되듯, 나도 덜컥 누군가에게 쉽게 기대하기도 한다. 기대의 끝은 언제나 실망이었기에 얼른 마음을 집어넣는 나의 모습에서도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 받고한다해서 우리의 기대하는 태도가 금방 변하지는 않는다. 좋아하고 마음이 있다면 기대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상대는 내가 아니고 나 또한 상대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각자 하나의 주체이다. 결코 나와 너가 같은 일심동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너무 쉽게, 많이 기대하지는 말자.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것을 꼭 알아두면 좋겠다. 

 

  또한, 상대의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말고 말 그 자체로 보도록하자. 말 한마디부터 시작해 행동과 그 사람의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기대와 의미부여가 빠진다면 얼마나 담백하겠는가! 

 

  지금 당신도 모르는 새에 덜컥, 기대하게 되고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의 한 걸음을 밟고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부디 조심하길 바란다. 



  가시나무를 심는 자는, 장미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필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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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술

청춘감성/씀 2015. 8. 24. 21:55 |
 
 1. 술



  나는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술을 마심에 의한 달아오른 분위기나 그 분위기 속에서의 오고가는 서로의 대화가 나를 훨씬 즐겁게 만든다. 적당히 취한, 흔히 말하는 알딸딸한 분위기가 가장 좋다. 서로의 볼은 발그레해져 쳐다보기만 해도 까르르 웃음이 나오고 괜스레 내뱉는 말마다 자신감이 있고 용기가 솟구친다. 아무도 몰래 저 밑에 숨겨두었던 깊은 이야기들이나 차마 전해지 못했던 말들도 나도 모르는 새에 줄줄 나온다. 그래서 이런말도 있지 않은가, 분위기에 취한다라는 말, 결코 틀리지 않은 말이다.



  예전에는 술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매일, 그리고 많이 마시기위해서 노력했나 모르겠다. 지금은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안 마시기위해 노력했지만 과거 속의 나는 항상 혈중 알코올 농도를 일정상태로 유지했던 듯 하다.  
 작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과 새해가 겹치며 굴러들었을 때에 나는 매일 술자리를 만들었다. 대개는 친구들과, 가끔은 혼자서, 정말 간혹가다 부모님과 한 잔 하기도 했다. 술자리가 그냥 즐거웠고 떠들썩한 분위기와 일년의 마지막을 정리함이 괜히 들떴었나보다.그렇게 퍼부으면서 잃은 것은 피부와 정신상태였고 얻은 것은 주정에 관한 창피함과 술을 먹지 말자라는 신념 그리고 글이였다. 



  이상했다. 술을 마시게 되면 괜스레 글을 쓰고싶어졌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한 잔 마시고나면 지난날의 기억들과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주마등처럼 떠오르다가 이내 가슴 한 구석에 복잡한 감정들을 실어다주고 떠난다. 그 후에 해야할-가령 글을 쓴다든가하는-일은 온전히 내 몫이다. 술을 마시고 글을 쓰면 괜히 잘 써지는 기분이고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설레는 기분이었다. 물론 음주 후의 글이라 다음 날 아침에 보면 간혹 소름이 돋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는 많은 수정을 거치지 않고 꽤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어느날에는 감당이 안될정도로 혼자 술을 마신적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더 미묘하고 깊은 문장을 쓰기위해 가끔 그런 정신나간 짓을 했다. 그렇게 혼자 만취하고 끄적이던 글들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실소가 터졌다. 그 글들을 통하여 문득 깨달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끝내 인정해버리고마는 것, 사람이라는 것. 내게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쓰기위하여, 깊이있는 문장과 독특한 구조를 위해서 술을 마신다고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는가와 아닌가의 문제다. 홀로 술을 마시고 뱉어내는 글을 결국 휴지통으로 가버린다. 감정은 있지만 깊이는 없다. 분노는 있지만 애정은 없다. 연민은 있지만 사랑이 없다. 혼자 마시고 혼자 취하고 혼자 쓰는 글에는 존재가 없다.  
  그래, 누군가와 함께 마시고 함께 즐기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적어냈던 글이 더욱 다채롭더라. 뒤늦게 알아버린 사실이였다. 혼자 알딸딸하다고해서 글도 발갛게 달아오르지는 않는다. 까르르 웃게 만드는 글은 내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여서 그런거였더라. 그 후로 술은 혼자는 잘 안마시게되었다. 나 홀로 느끼는 시간과 감정만으로는 충분치않았다. 대상과 천천히 시간을 나누며 공감하고 대화한 그 느낌으로 글을 써야 가득하고 색채가 있는 글이 나왔다.
 




  물론 나도 철저히 혼자의 시간을 좋아한다. 나만의 홀로됨, 그 시간을 아낀다. 그러나 평생, 내 생애에 홀로되고싶지는 않다. 혼자 따는 맥주캔보다는 같이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건배하고싶다. 알딸딸하게 취하여 발그레한 내 볼을 웃으며 바라봐줄 그런 사람과 술을 마시고 시간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글을 적어가고싶다. 
  아무래도 술을 마시는 일보다는 그 시끌벅적하거나 혹은 조용하여 적막한, 그런 분위기를, 그런 대화를 더 갈망하는 내게 마지막은 사람인가보다. 
  결국은 사람이고, 또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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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 소소하지만 담백한, 달콤한. 



  사람들에게 로망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로망은 나의 것과 얼마나 다를지, 또 어떠한지 호기심이 들었다. 살짝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은 타인의 로망은 그들의 것이고 누군가 알게되는 것을 꺼려할수도 있기에 잠자코 있기로 하였다. 
  다들 각자의 마음 속에 로망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로망이라하면 무언가 거창하고 꿀이 떨어질 듯 로맨틱한 소망이라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 로망은 소소하고 그래서 담백한 그런 것이다. 



  로망, 나직이 말할 때에 참으로 어여쁜 단어이다. 단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뜻 또한 어여쁘다. 비록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누군가 무엇을 갈망하는 꿈, 열망, 희망 등을 로망이라고 말한다. 모두들 마음 속 하나의 작은 꿈, 무언가를 위한 열정과 열망,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각의 로망쯤은 한 개씩 가지는게 분명하다. 



  나이가 조금씩 먹어가면서 로망이 점점 변해갔다. 어렸을 적에는 놀이공원에서 자유이용권으로 하루 종일 노는 것이 로망이였다. 지방에 살아서 놀이공원을 자주 가지 못했고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시간이 맞지않아 가지 못한 것이 마음 속에 응어리로 있었나보다. 그 때는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하루종일 깔깔 웃으면서 돌아다니고싶은게 가장 큰 로망이였다. 
  지금은 예전과는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살짝 변했다. 이제는 뜨겁고 사람 북적거리는 놀이공원 보단 오히려 바람 선선하게 부는 가을 날에 한강이든 어디든 큰 강이 시원하게 흐르는 곳을 안주삼아 돗자리를 펴고 맥주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싸들고 누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렇게 누워서 책을 읽고싶다. 서울이나 큰 강을 곁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겐 열대야를 피하기위해 일상일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런 것이 소소한 로망이고 부러움이다.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 좋아하는 작가의 책과 알딸딸한 데이트를 하며 바람을 맞는 것, 상상만해도 가슴이 콩콩거리는 일이다. 한가지 욕심을 부리자면 책을 읽는 내 옆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면 더욱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함께있는 그 자체로 우리들의 우주는 로맨틱할 것이다. 
  아마 더 이상 이룰 꿈은 없겠다. 참 충분하고 어여쁜 로망이다. 



  로망은 그래서 달콤한가보다. 저런 사소한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를 살짝 띄우는, 마음 한 켠에 하루를 조금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작고 소소할수록 오히려 더 기쁘다. 



  나는 로망이 많은 사람이 좋다. 마음 속에 소소하지만 그 자체로 빛이되는 로망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세상을 더 다양하게, 따뜻하게 바라볼 것만 같다. 나 또한 다양한 색채의 로망을 가지는 사람이 되고싶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가슴 속에 로망을 품고있는 사람과 사회가 가득하길 바란다.




  오늘도 작지만 담백한, 가령 사랑하는 이와 밤을 새며 별을 헤아리는 그런 밤을, 로망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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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上村树,Murakami Haruki, 무라카미 하루키



  내게는 약간의 뒷북을 치는 모습이 종종 있다. 대화에서는 별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의외로 책이나 작가, 음악 등에서 뒷북을 둥둥 울린다. 예를 들어 가수 리쌍의 <TV를 껐네> 같은 노래도 나만 아는 노래라고 생각하여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은적이 있다만 사실 후배도 친구도 심지어 나이가 있는 카페 사장님까지도 아는 그런 흔한 노래였다는 것에 다소 충격을 먹었다. 
  음악은 오히려 약과다. 책이나 작가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북을 크게 울린다. 오늘 말하고싶은 이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사실 나는 일본 소설은 심히 감성적이고 유치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일본에서 출간한 책들은 손에 잡지 않았었다.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의 이름은 듣도 보도 못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하루키 그는 일본과 한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며 그의 판권을 사기위해 우리나라 출판사에서는 수억의 돈을 쏟아붓기까지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것도 모른채 그냥 '일본의 흔하디 흔한 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니 알량한 지식에 창피하기만했다. 


  역시 인연은 언젠간 만난다더니, 사실 이제는 어떻게 하루키의 책을 읽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다만, 가장 먼저 읽게 된 책은 그 이름도 길고 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였다. 친구가 그 책을 읽고있기에 뭔지 모르는 시샘이 나서 뺏어서 읽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 같다. 그렇게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만나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괜히 생색내고싶고 기분좋은 그런 작가로 내게 다가온다. 세상에 태어나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그렇게 무언가에 빠져들게 만든 작가는 결단코 처음으로 하루키였다. 그의 문체나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이 가지고있는 그들만의 스토리와 각각의 매력이 나를 매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이 1Q84에 등장한 남자 주인공 ‘덴고’라는 것도 나의 애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시간과 상황이 맞들어가면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 두꺼운 <1Q84> 전편도 바쁜 시간을 짬내어 일주일도 안되서 다 읽었고 노르웨이의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는 하루 안에 다 읽었다. 다음 한 장이, 다음의 한 줄이 나를 계속해서 읽게 나가게 하였다. 특히 아직도 인상깊은 경험은 <1Q84>의 아오마메가 한 종교단체의 보스를 죽이기 위해 같은 호텔 방 안에서 침착히 침을 놓으려는 장면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소파에 편히 누워서 읽다가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점 자세를 고쳐 앉아서 읽던 나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였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완독을 했을 때는 나도모르게 괜히 뿌듯하다. ‘이번 소설도 다 읽어냈구나!’하는 그런 스스로의 자부심도 있다.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거의 다 읽었다. 중간에 책이 없어서 미처 못 읽은 <태엽감는 새>의 3,4편은 조만간 읽을 것이다. 그의 에세이나 단편 소설은 한숨에 읽어내려갔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의 단편소설 몇개가 있는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중국행 슬로보트>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는 하루키의 처녀작이라 그런가 무언가 약간 허술하고 엉성하다. 살짝은 우습기까지한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정갈되지않은, 청춘의 한 자락을 보여주고 회상시킨다. 나는 하루키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 노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감성을 굉장히 잘 드러내고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한 청춘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끝없이 상상을 할 수 있고 나의 과거를 되돌아 본다. ‘그 때의 나라면’ 하는 생각도 한다.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조각조각의 과거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내가 다르게 행동하였다면 어떠한 모습의 ‘지금’이 있을지 궁금하기도하다. 
  더이상 하루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든 한 물 간 작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이, 그가 생각한 글의 부분이 내게로 와 나를 흔들었다는 것이고, 영향받았다는 점이다. 그가 창작한 모든 소설과 에세이를 다 읽고싶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길 바란다. 한 독자로서 그의 책들을 계속 읽어나갈 것이고 응원할 것이다. 
  뒷북을 둥둥 울리긴 울렸었다. 설령 뒷북일지라도 누구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싶어하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러한 두서없는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쓰고싶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뜩 생각났다. 또 한 구절을 싣고싶다. 

    
 우리는 그 때 만나야했기 때문에 만난 것이고, 행여 그 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어디에선가 만났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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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내 예전 버킷리스트를 쭉 훑어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해내 것이 많았다. 은근히 재미있고 쑥스럽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더 많은 나의 하고싶은 일과 하고싶을 일들을 꾸준히 적어나아가야한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벌써 일년의 여덟개월하고 열 여덟밤이 지나가고있다. 

  바람이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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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인간일지라도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많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한 두명과는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거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내내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끊으며 생활을 한다. 


  시간을 흘러보내며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기도하며 이전부터 알고지냈던 사람과 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또 새로운 시작이 생기며 오지않을 것 같던 이별도 생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별은 언제나 아쉽기 마련이다. 슬프든 슬프지않든 그것이 내게 아름다운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항상 모든 것의 끝은 아쉽다. '조금 더 잘 할수 있었을텐데’ 같은 미련도 남기마련이며 '하지 말았어야할 것을' 같은 후회도 생긴다. 그래서 아마 우리는 <끝>을 생각 할 때에 아쉽고 적적한 듯 싶다. 


  시간을 보내는 것.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달콤한, 그러나 이내 다시 아픈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 돈, 에너지를 쓰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그 상대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무렴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할지라도 본인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그 사람을 고의든 자의든 언젠가는 이별을 말해야 할 대상이라면 아찔하다. 이러한 아픔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것과 계속해서 해나아가야하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보다. 
  그 누구도 이별을 피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작게는 반려동물 크게는 나라를 잃는 것 역시 이별이다. 이별은,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러한 개념이다. 


  나이가 많이 먹었다고해서, 혹은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하여 이별에 대해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때로는 이별에 의연해지고싶다. 봄이가고 여름이 오듯 그렇게 당연스러운 일이기를 바란적도 많다. 그러나 이별은 내게 항상 어려운 일이였다. 나는 시간이 제일 무섭다. 시간을 주고 받고 서로가 공유해나가는 과정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이별의 문턱을 넘어가는 것은 여간 쉽지않은 일이다. 한 대상과 깊은 시간을, 추억을 공유하여 기쁜 것은 그만큼 아플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래서 시간이 무서운 것이다. 즐거운만큼, 행복한 딱 그만큼 마음을 다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두려운 것이다. 


  결국 나는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라는 말을 다시 되뇌이고만다. 낙엽이 지고 하얀 눈이 내리듯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당연하듯이 누군가와 이별을 할 것이다. 상대와 즐거웠던 시간은 어느새 추억이라는 단어로 맺어지게되고 마음 한 편에 묻어둘 시간이 점차 가까워지고있다. 아무리 '삶은 이별의 연습’ 이라는 말을 웅얼거려도 단어의 의미는 상실해지고 만다.
  그러기에 분명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나라는 존재와 내 주위의 상대들은 모두 유한한 존재이다. 끝에는 모두 이별을 할 만남이다. 유한한 존재이기에, 언젠가는 끝을 맺어야 할 존재이기에 함께있는 그 순간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당장 오분 뒤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휴대폰 너머로 보는 것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흐름에 따라 이별을 할 대상들에게 최소한 시공간을 같이 공유하는 그 순간에는 그들과 나에게 더욱 집중하자고 다짐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전혀 틀림없는 말은 아니다. 모두들 이 세상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인 동안에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또 다른 유한한 모든 존재에게 조금 더 다가가자. 
  이 뜨거운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 번쯤은 손 내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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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분명 1년이란 것이 내게 굉장히 큰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365일은 느리고 더딘 시간이라 언제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나 손꼽기를 수도없이 했던 듯 하다. 내게 1년이란 그렇게 금방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은 지나가서 겨울이 길었던 시간들이었다. 


  스무살이 된 지금은 예전과 정말 다르다. 작년 31밤 핸드폰을 키고 앉아 정확히 15년 1월 1일, 스무살! 이러면서 기대하고 들떴었다. 내 인생 스무살을 가장 파랗게 만들 수 있게 노력하자며 혼자 손잡고 기도도 했었다. 그때만해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인 줄 몰랐다. 사실 봄에 대한 추억은 거의 없이 지나갔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날 밤에 퇴근하고 맥주 한 캔 딸랑들고 혼자 산책 했던 것 뿐, 카페 알바를 시작하고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것,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상처를 주고 받고 했던 것 등 그닥 파랗지도, 무미건조하지도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성인이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8개월이 지나가고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무언가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관두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벌써 적적하다. 아마 곧 '마지막'이라는 개념이 다가올 것이라 그런가싶다. 올 겨울이 지나면 나는 이곳을 잠시 떠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타국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것들과, 인연에게 잠시 이별을 말해야해서 이렇게 적적한가싶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랬다. 시간과 삶은 동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까.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또한 이별이 많아지는 것이다. 많은 관계는 시작을 하고 이별을 하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고 시작을 했다면 끝은 언제나 맺어진다. 그렇게 많은 이별과 많은 시작에 겁내지 않고 의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이 두렵다. 두려우면서도 오히려 선망하기도 한다. 이별에 대해 조금 더 덤덤해지고 시작을 피하지 않았으면한다. 


  뜨거웠던 8월이 지나가고있다. 그렇게 많이 살도 타지 않았고 비도 오지 않았던 그저 보통의 여름이었다. 여름은 그러했지만 내 마음속에 남겨진 사람들과 추억은 보통이 아니였다. 이제는 곧 선선한 가을이 올 것이다. 내게도 그들에게도 같이 가을이 올 것이다. 가을은 짧고 강하게 내 곁을 스쳐지나갈 것이고 그렇게 찬 겨울이 오겠다. 그 겨울에 아마 많은 눈물이 떨어질 듯하다. 그 때가서 무너지기 전에 나는 오늘도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하며 연습을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또 나만의 외로운 연습을 계속한다. 

  이별은, 이별은 또 하나의 시작을 데리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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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만이 아는 '그 다음'


  나는 책을 읽을 때 공감가는 부분이거나 혹은 내게 깊은 생각을하게 만드는 구절이 있으면 꼭 밑줄을 치고 몇번씩 곱씹어보며 읽어본다. 그래야 내 마음에 훨씬 더 와닿고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는 듯 하여 책을 읽을 때마다 왼손에는 꼭 펜을 든다. 물론 나중에 써먹기 위함도 있다.



  어제 김영하의 <검은 꽃>을 다 읽고 오늘 새로 집어든 책은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이다. 책을 읽던 중 몇 구절이 공감이 가서 밑줄을 쳤는데 같이 읽어보도록 하자. ‘사람들은 긴 학창시절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없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올리고 많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도 대부분 인생의 수단을 갖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은 가르쳐 주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공감가는 말이였고, 다시 한 번 나를 각성시키는 구절이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시간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관계를 맺고, 많은 벽에 부딪히기도 하며 성공의 꿀을 맛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개개인에게마다 다 다르게 다가오고 다르게 느껴진다. 그러니 내가 느껴지는게 타인과 다르다고 해서 전혀 실망할 필요 없다. 전 세계의 인구는 70억명이고 70억가지의 관계와 70억가지 이상의 느낌이 있으니 걱정말자.



 우리가 한창 꽃 피울 시절에 학업에 몰두하고 열심히 구직에 나서는 이유도 작가 말대로 인생의 수단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수단이 당위성을 가지고 목적이 되는 것보다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본인이 만족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가져야 할 수단의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남들이 하기에 따라만 하고, 경쟁에 치여 패배자라고 생각한다면 절망을 느낄 것이다. 아마 나락으로,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교육이 그러하다. 대한민국의 많은 입시생들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이유를 잘 모른다. 많은 입시생들은 그저 내 짝꿍이 코피를 쏟으며 공부를 하니 본인도 엉겁결에 따라하고, 엄마의 치마폭에 휘둘려 새벽 2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다. 본인이 공부하는 이유를 잘 모르고 대학에만 가면 당연스레 파라다이스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참으로 갑갑하다. 수능이 다가 아니고 SKY대학이 다가 아닌데 그것에 올인하여 꽃다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이유도 모르는 과정 속에서 그저 달콤한 결과만을 바라는 것은 분명 위선이다. 교육은 목적이 아닌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지난 글에서 말한 적이 있다. 교육이 목적이 돼버린 한국 사회에서 남아버린 것은 창의적인 인재가 아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낳아진 시기와 분노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될 교육의 암담한 미래가 답답하기만 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장장 12년의 시간을 웃음과 행복함으로 충분히 느낄 권리가 있는 우리의 미래들이 끊임없이 옥상에서 떨어져 내려가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본인이 무엇을 할 때에 가슴이 뛰고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것은 하야마 아마리의 말처럼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자기가 스스로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테고 또 누구에게는 이미 찾아서 그 길로 걸어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큰 여정을 생각 할 때에 남들보다 잠시 늦는다고 해서 두려워 할 필요 없다. 크고 작은 벽에 부딪히면서 그만큼 내공과 경험이 쌓이는 것이므로 오히려 당당해져라. 




  내게도 ‘그 다음은’ 이라는 것은 막연한 개념이다. 사실 오분 뒤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예수 그리스도도 모른다. 단지 주어진 시간안에서, 지금 이 순간을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이지 그것이 파라다이스일 것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할 때에 심장이 뛰는지 어렸을 적부터 알아와서 꾸준히 해내가는 중이다. 물론 셀 수 없는 벽에도 부딪혀 보았고, 타인에게서 비난의 눈짓과 헛소리도 많이 들었다. 상처가 되었고, 시간이라는 약을 발라 어느정도 치유가 되었다. 그만큼 성숙해졌고 깊이가 더 해졌으므로 이제는 정말로 내가 하고싶고 가슴이 뛰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그 다음’을 당당하게 부딪혀 나가는 나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더 자신있게 걸어나갈 것이다. 




 이렇게 작은 나도 할 수 있었고, 해내가고있는 중이다. 그러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의 마음이 조용하게 외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아라. 분명 피가 뜨거워지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 소리를 찾기 위해 오늘을 최대한으로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꼭 찾기를 기대한다. 




  ‘내가 걸어갈 수 있는건 아직 젊음이 있다는 것, 내가 꿈을 꿀 수 있는건 아직 숨쉬고 있다는 것.’ -버벌진트, <꿈꾸는 자를 위한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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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당신


  나는 올해 1월부터 시내에 있는 한 개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뭔가 카페 알바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고 정확하게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해야하는 편의점이나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 같기에 일부러 개인 카페에 지원을 했고, 사장님은 채용해주셨다. 처음에야 카페 알바에 대한 헛된 환상과 로망때문에 일하는게 무엇보다 즐겁고 카페에 가는 발걸음은 부스터 달린 듯 마냥 신났었다. 그런데 웬걸, 일하는 날이 많이지면 많아질수록, 다양한 손님을 만나면 만날수록 내 육체의 기가 점점 빨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참 다양한 손님이 많았다.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 그러나 저녁타임에 일해서 그럴지는 몰라도 약주 한 잔 걸치고 오셔서 아가씨와 술 한 잔 하고싶다는 분, 카운터 바로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시는 분, 음료가 자기 입맛과 안 맞는다며 사장 부르라고 소리치는 분 등 아주 다양한 종류의 손님이 많았다. 그 중 최악은 툭하면 사장 부르라는, 알바생을 아주 종 부리듯 부리는 손님들이 최악이였다. 아마 이 부류는 카페 문을 열자말자 ‘나는 이 곳에 왕으로 왔고, 너는 나를 왕 모시듯이 하여라’ 하는 마인드로 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속담아닌 속담을 혐오한다. 이게 옛 조상들의 권위적이고 사대부적인 태도다 빚어낸 문화라고 본다. 이러한 수직적 구조가 수많은 ‘갑질 행세’의 문제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더 이상 위 아래 구별이 없는, 모두 다 평등한 21세기에 살고있다. 어른이라고 아이보다 더 뛰어나고 대단한 것이 아니고, 돈이 많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하는 듯 하다. 내가 서울에 좋은 집에서 살기에 나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로 현 사회와 굉장히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서비스직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우리 카페 특성상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고 손님을 받아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기본적인 인간성이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어른 손님들을 대할 때에는 당연히 속상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인터넷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바로 이러한 이기적인 심리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한다. 
‘택배 기사는 노예가 아닙니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글이었는데 읽기도 전에 벌써부터 어떠한 문제인지 짐작을 하게 만든 이 사회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글의 내용을 이러했다. 서울에 어떤 아파트에서는 택배 차가 아파트 주민의 안전상에 문제가 된다고 정문부터 걸어오라고 하여 많은 택배기사들이 곤란을 겪고 있어 모든 물품을 반송처리하고,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글이었다. 그 한장의 사진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한민국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밖에 안되는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 얼마나 악한지 느끼게 해주었다. 





  정말 더운 여름날씨이다. 밖에 아무것도 안하고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마당에 정문부터 그 무거운 박스들을 들고 걸어오라는 주민들의 갑질행세가 참으로 밉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배송비 2500원에 소비자는 택배기사를 노예 부리듯이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택배를 시킬 때마다 항상 전화로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웃으며 통화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이렇게 힘들고 더운 마당에 밖에서 일하고 여기저기 운전하시는 그 분들은 더 힘들걸 알기에 그러는 것이다. 좋은 말 한마디도 부족한데 걸어오고 가라니, 참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시민의식이고 대한민국 사회이다. 
  그렇게 갑질을 하는 잘난 주민들도 분명 어디선가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이는 처지일텐데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이런 못된 마인드가 뿌리 뽑혀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인간이다. 저 잘난 주민들도 한 인간이고 택배기사들도 한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기에 서로를 위해주어야한다. 단지 소득수준, 직업, 집의 평수로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 아무리 대한민국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어도 개개인의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정말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곳이 카페든, 집이든, 회사에서든 수직적 구조로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 수평적 구조로 살아야 한다. 같은 인간이고, 다 같이 한 사회에서 공생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각 개개인에게는 타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전혀 없다. 



  나는 택배기사들의 파업을 존중한다. 오히려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들이 부럽기까지하다. 그들은 그들의 소중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부당한 요구에 파업을 할 권리도 당연 있다. 단 돈 2500원에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되고 그 돈에 착취를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통해 그 아파트 소수의 주민들이 반성을 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 인간의 아주 이기적인 욕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알기를 바란다. 



  또한, 카페를 가든 어디를 가든 손님이 왕이라는 마인드도 좀 버렸으면 한다. 그런 마인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알바생들에게 수고하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손님이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고, 카운터 앞에 서있는 직원도 같은 인간이다. 우리 인간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맺고, 인간적으로 살아가자.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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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yond the BEST SELLER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에는 계곡에 놀러가거나 밖에서 더위를 만끽하는 것 보다는 백화점, 공공건물 혹은 서점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서 무더위를 피하는 것이 상책인 듯 하다. 그래서 나는 한여름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백화점은 근처에 없어서 못가는 것이고 공공건물은 사람이 너무 많다. 결국 항상 내가 선택하는 곳은 바로 서점이다. 서점에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최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서점을 빙 둘러보면 가장 맨 앞 진열장에는 ‘베스트 셀러’ 책들이 자리잡고있다. 그 뒤로는 각각이 분야에 맞게 책들이 꽂혀져있다. 베스트 셀러 코너가 가장 맨 앞에 위치해있기에 우리는 그 코너에 시선을 가장 먼저 뺏긴다. 베스트 셀러 코너를 잘 살펴보면 자기계발서 와 각종 성공에세이는 즐비한 반면에 고전과 순수문학 작품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즉, 한국 도서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자기를 계발해서 힐링하고 성공하자! 는 책이다. 




  베스트 셀러라는 것은 정해진 기간동안 부수를 가장 많이 올린 책을 말한다. 한 때,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 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적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 내용은 없고, 지금 당장 힘든 20대 청춘들에게 기득권인 작가가 '힘들겠지만 힘내, 근데 그건 우리 탓이 아니라 너네들의 문제란다, 우리와 사회의 탓이 아닌 개인적인 문제니까 알아서 잘 하면 이겨낼 수 있을거야!' 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한마디로 위선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베스트 셀러 목록에 있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에게 고작 한다는 말이 힘내, 더 열심히 하면 돼 라는 말을 하면서 손목에는 거액의 시계를 찬 작가의 책이 우리 청춘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자체가 답답하고 씁쓸했었다. 누군들 그런 소리를 못하겠는가, 충분히 다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뭔가 다르지않을까싶어서 구입했는데도 같은 말뿐이라니, 그렇게해서 결국 좋은건 인세로 돈을 버는 작가뿐만이 아닌가! 아프면 청춘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 아니란말이다. 




  베스트 셀러라는 목록을 만들어내는 것은 출판사의 영향도 크다. 출판사는 많은 판매를 목적으로 임의로 책을 정하여 베스트 셀러라고 옷을 입혀 도서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많은 부수를 올려 베스트 셀러가 있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출판사의 입맛대로 고른 것이다.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치고 삶에 유용한 책은 한 쪽에 내팽겨지고 인기만을 위한 책들이 출판사의 이익을 위해서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읽고싶은 마음이 반감될 것이다. 



  
  나는 베스트 셀러를 선호하지 않는다. 카탈로그에 베스트 셀러라고 써있으면 보나마나 자기계발서에 겉핥기식의 위로밖에 더 해주는 책이겠어? 라고 생각하게된다. 이것은 나의 성격이 배배 꼬인 것이 아니라 뻔한게 너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단지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다. 좋은 책은 독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를 그저 눈으로 읽고 머리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시간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은 읽는이에게 무언가 남겨야한다. 한 권의 책, 한 줄의 글을 읽더라도 마음 속에 깊게 와닿고 앞으로의 행동에 변화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생각을 낳아야하고 독자는 책에서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독자는 읽는내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하고 대답을 찾아야하는 능동적인 행위를 해야한다. 단지 베스트 셀러라는 이름만으로 책을 고르고 남들이 읽기에 나도 따라 읽는 수동적인 행위는 오히려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능동적으로 책을 읽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은 읽는 것은 앉은 자리에서 후딱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곱씹어보며 하루 이틀 혹은 한달이 걸릴정도로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해야한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의미와 주제를 이해하여 삶에 적용시켜 변화를 주어야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동안 많은 양의 책을 읽음에 의해 능동적인 독서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책을 읽어야하는가?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베스트 셀러라는 물고기만 낚아채지 않기를 바란다. 낚시대를 잡은 이는 고전이라는 물고기를 잡아야한다. 고전을 단지 읽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향연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100년, 200년 전에 쓰여진 글이 지금 세대에게까지 읽히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전 속에는 삶의 지혜와 영혼이 담겨있다. 단순한 힐링으로 한 마디 건네는 것이 아닌 진중하고 귀감이 되는 구절들이다. 고전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정해주진 않지만 그 갈피를 잡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꾸준히 고전을 읽어나가면 분명 사고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달라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독서를 하였다면 이제는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작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에대한 대답을 찾기위해 책뿐만이 아닌 삶에서도 행동하게 될 것이다.




  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고전이 차지하는 자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많은 독자들이 <1984>를 읽고 현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가 되어 사랑의 가치와 낭만에 대해 느끼며 <논어>를 읽고 삶에 귀감이 되는 구절들을 가슴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인기있는 자기계발서는 가볍게 기분전환 겸 읽고, 가방에는 고전과 정말 당신에게 영감이되고 깨어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을 가지고 다니길 바란다. 



  삶의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베스트 셀러에 가려져 뒤편에 처박혀있는 고전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선배들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여 써내려 간 한 구절 한 구절 안에 진리는 녹아들어있다. 
  조만간 서점에 간다면, 베스트셀러는 잠시 접어두고 고전의 향기에 심취해보라. 분명 이전과는 다른 당신을 보게 될 것이다.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클리프턴 패디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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