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0.18 그토록 맑은 워낭소리
  2. 2015.10.06 청춘: 푸르른 봄

그토록 맑은 워낭소리


  흔히들 지금 우리시대를 일컫어 인스턴트 사회라고 부른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생산되고 소비되며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단 물건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을 대할 때도 득과 실을 따지고 쉽게 사랑하며 헤어지는 반복을 수없이 하게된다. 

  이러한 인스턴트 사회에서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는 대상이 우리에게는 있을까

  영화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많은 연출과 장비 없이 자연 속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40년의 동반자인 소가 그려내는 영화다. 특별한 장치가 없었음에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기에 가능했다. 할머니의 ‘아이고 내 팔자야’ 하는 탄식도 할아버지가 병원 주차장에 소를 주차한 모습도 모두 진실했기 때문이다. 

  평균 소는 15년을 산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기르는 소는 그와 40년을 함께 산 ‘동반자’라 할 수 있다. 길어봤자 10년을 연애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40년, 정말로 많은 세월을 함께 일하며 먹으며 살아왔다. 그런 늙은 소가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은 어떠한 슬픔일지 나는 아직 가늠조차 안된다. 

  영화 중간에는 할아버지와 소가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할아버지가 소를 밀어주지도, 소가 할아버지를 태우지도 않고 둘이 묵묵히 길을 걷는 장면이 내게 따뜻한 감동을 주었다. 이 삶을 살아가는, 관계를 맺어가는 하나의 태도가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도와 힘이 되어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제 갈길을 조용히 가며 서로의 옆에서 같이 걸어나가는 그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누구보다도 소를 아끼기에 농약을 하지도, 기계를 쓰지도 않고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농사짓는 할아버지와 야위었음에도 군소리 하나 안 내며 밭으로 향하는 늙은 소,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뱉지만 끝내 함께하는 할머니. 그들에겐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랑이 있다. 그 작은 사랑이 그들의 셋을 둘러싸고있다. 

  힘든 삶이고 각박한 사회 세상이다. 앞으로도 무수한 벽들이 내 앞에 놓일 것이다. 그러한 아픔을 지나쳐 나아갈 때에 내 옆에 묵묵히, 소처럼 같이 있어줄 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행복할 것이다. 많은 도움을 바라지도, 요구하고싶지도 않다. 그저 한결같은 눈빛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대상을 나는 갖고 있을까.

  늙은 소의 마지막을 보내줄 때에 할아버지는 잘 가 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던 소의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나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인사를 건네주고싶고 또 누군가에게 내가 그러한 존재가 되고싶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워낭소리가 맑게 울리는 듯 하다. 


'매일365 > 매일365'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Clockwork Orange  (0) 2016.06.29
그토록 맑은 워낭소리  (0) 2015.10.18
청춘: 푸르른 봄  (0) 2015.10.06
로망, 소소하지만 담백한, 달콤한.  (0) 2015.08.21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2  (0) 2015.08.17
당신만이 아는 '그 다음'  (0) 2015.08.06
Posted by nakhm999

댓글을 달아 주세요

 청춘: 푸르른 봄


  10월을 시작하고 여섯번의 낮과 밤이 흘렀다. 10월이라하면 가을의 문턱에 성큼 올라와 지내왔던 추억과 지나갈 시간에 대해 생각도 해보는 나날이다. 나 스스로도 가만히 앉아 내 기억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잦아졌다.
 
   작년의 마지막 날에는 내 스스로에게 앞으로 올 2015년이 큰 의미를 갖을 것이고 스무살은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고 빛날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완전히 긍정하는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빛났고, 푸르렀었다. 내게 스무살은, 즉 청춘은 그 어떤 것들보다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막 시작하는 설렘, 젊음 속에서 빛나는 푸르름, 그 맑은 싱그러움들이 가지고있음에도 아까웠고 욕심났었다. 

  청춘, 푸르른 봄이라 하였다. 입술로 소리내면 심장이 두근거려진다. 나는 지금 그러한 청춘을 살아가야 할 사람이다. 잔디 위에 앉아 책을 읽기에도, 친구들과 깔깔 소리내며 웃기에도,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기에도 부족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청춘 자체를 향유하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학비를 벌기위해, 대기업에 잘보일 스펙을 위해 혹은 스스로의 생계를 위해 젊은이들은 돈을 벌고 일을 한다. 사회는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인생의 패배자가 될뿐이라며 그들을 다그친다.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에 우리는 발버둥치고있다. 

  그런 젊은이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나 스스로조차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돈을 벌었다. 나는 시간과 노동을 팔아 학비를 마련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했던 약 10개월의 시간이 어리석었던 선택만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카페라는 작은 사회, 그 사회 안에서 겪었던 많은 인연들이 결코 무용지물은 아니다. 많은 배움과 성찰이 있었고 성장도 하였다. 

  다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한 권이라도 더 책을 읽어 배우고 한 편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하며 나만의 진지한 경험들을 만들었다면 더욱 단단한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을텐데하며 씁슬하게 웃는다. 

  나는 이제 생산가능한 사람이 아니다. 실업자가 된 꼴이다. 역설적이지만 정말로 기쁘다. 돈을 벌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들은 나의 자유에 의해 쓸 수 있는 자유인이므로 무척 행복하다. 

  자신이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항상 말하고싶다. 우리의 젊음을 향유하지 못한채 흘러 보내지 말자고.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이 순간의 감동을 외면하지는 않았으면한다. 카운터 앞에 앉아 포스를 찍는 모습보단 돗자리 위에 앉아 청춘의 시간에 대해 재잘거리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다. 


  젊은이들은 별 이유없이 웃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오스카 와일드
  


  

  


'매일365 > 매일365'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Clockwork Orange  (0) 2016.06.29
그토록 맑은 워낭소리  (0) 2015.10.18
청춘: 푸르른 봄  (0) 2015.10.06
로망, 소소하지만 담백한, 달콤한.  (0) 2015.08.21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2  (0) 2015.08.17
당신만이 아는 '그 다음'  (0) 2015.08.06
Posted by nakhm999
TAG 청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