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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365/매일365

청춘: 푸르른 봄

 청춘: 푸르른 봄


  10월을 시작하고 여섯번의 낮과 밤이 흘렀다. 10월이라하면 가을의 문턱에 성큼 올라와 지내왔던 추억과 지나갈 시간에 대해 생각도 해보는 나날이다. 나 스스로도 가만히 앉아 내 기억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잦아졌다.
 
   작년의 마지막 날에는 내 스스로에게 앞으로 올 2015년이 큰 의미를 갖을 것이고 스무살은 그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고 빛날것이라고 다짐했다. 물론 완전히 긍정하는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빛났고, 푸르렀었다. 내게 스무살은, 즉 청춘은 그 어떤 것들보다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막 시작하는 설렘, 젊음 속에서 빛나는 푸르름, 그 맑은 싱그러움들이 가지고있음에도 아까웠고 욕심났었다. 

  청춘, 푸르른 봄이라 하였다. 입술로 소리내면 심장이 두근거려진다. 나는 지금 그러한 청춘을 살아가야 할 사람이다. 잔디 위에 앉아 책을 읽기에도, 친구들과 깔깔 소리내며 웃기에도,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기에도 부족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청춘 자체를 향유하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학비를 벌기위해, 대기업에 잘보일 스펙을 위해 혹은 스스로의 생계를 위해 젊은이들은 돈을 벌고 일을 한다. 사회는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인생의 패배자가 될뿐이라며 그들을 다그친다.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에 우리는 발버둥치고있다. 

  그런 젊은이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나 스스로조차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돈을 벌었다. 나는 시간과 노동을 팔아 학비를 마련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했던 약 10개월의 시간이 어리석었던 선택만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카페라는 작은 사회, 그 사회 안에서 겪었던 많은 인연들이 결코 무용지물은 아니다. 많은 배움과 성찰이 있었고 성장도 하였다. 

  다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한 권이라도 더 책을 읽어 배우고 한 편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하며 나만의 진지한 경험들을 만들었다면 더욱 단단한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을텐데하며 씁슬하게 웃는다. 

  나는 이제 생산가능한 사람이 아니다. 실업자가 된 꼴이다. 역설적이지만 정말로 기쁘다. 돈을 벌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시간들은 나의 자유에 의해 쓸 수 있는 자유인이므로 무척 행복하다. 

  자신이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항상 말하고싶다. 우리의 젊음을 향유하지 못한채 흘러 보내지 말자고.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이 순간의 감동을 외면하지는 않았으면한다. 카운터 앞에 앉아 포스를 찍는 모습보단 돗자리 위에 앉아 청춘의 시간에 대해 재잘거리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다. 


  젊은이들은 별 이유없이 웃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오스카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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