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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365/매일365

Beyond the BEST SELLER

  Beyond the BEST SELLER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에는 계곡에 놀러가거나 밖에서 더위를 만끽하는 것 보다는 백화점, 공공건물 혹은 서점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서 무더위를 피하는 것이 상책인 듯 하다. 그래서 나는 한여름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백화점은 근처에 없어서 못가는 것이고 공공건물은 사람이 너무 많다. 결국 항상 내가 선택하는 곳은 바로 서점이다. 서점에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최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서점을 빙 둘러보면 가장 맨 앞 진열장에는 ‘베스트 셀러’ 책들이 자리잡고있다. 그 뒤로는 각각이 분야에 맞게 책들이 꽂혀져있다. 베스트 셀러 코너가 가장 맨 앞에 위치해있기에 우리는 그 코너에 시선을 가장 먼저 뺏긴다. 베스트 셀러 코너를 잘 살펴보면 자기계발서 와 각종 성공에세이는 즐비한 반면에 고전과 순수문학 작품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즉, 한국 도서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자기를 계발해서 힐링하고 성공하자! 는 책이다. 




  베스트 셀러라는 것은 정해진 기간동안 부수를 가장 많이 올린 책을 말한다. 한 때,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베스트 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적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 내용은 없고, 지금 당장 힘든 20대 청춘들에게 기득권인 작가가 '힘들겠지만 힘내, 근데 그건 우리 탓이 아니라 너네들의 문제란다, 우리와 사회의 탓이 아닌 개인적인 문제니까 알아서 잘 하면 이겨낼 수 있을거야!' 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한마디로 위선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베스트 셀러 목록에 있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에게 고작 한다는 말이 힘내, 더 열심히 하면 돼 라는 말을 하면서 손목에는 거액의 시계를 찬 작가의 책이 우리 청춘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자체가 답답하고 씁쓸했었다. 누군들 그런 소리를 못하겠는가, 충분히 다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뭔가 다르지않을까싶어서 구입했는데도 같은 말뿐이라니, 그렇게해서 결국 좋은건 인세로 돈을 버는 작가뿐만이 아닌가! 아프면 청춘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 아니란말이다. 




  베스트 셀러라는 목록을 만들어내는 것은 출판사의 영향도 크다. 출판사는 많은 판매를 목적으로 임의로 책을 정하여 베스트 셀러라고 옷을 입혀 도서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많은 부수를 올려 베스트 셀러가 있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출판사의 입맛대로 고른 것이다.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치고 삶에 유용한 책은 한 쪽에 내팽겨지고 인기만을 위한 책들이 출판사의 이익을 위해서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읽고싶은 마음이 반감될 것이다. 



  
  나는 베스트 셀러를 선호하지 않는다. 카탈로그에 베스트 셀러라고 써있으면 보나마나 자기계발서에 겉핥기식의 위로밖에 더 해주는 책이겠어? 라고 생각하게된다. 이것은 나의 성격이 배배 꼬인 것이 아니라 뻔한게 너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단지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다. 좋은 책은 독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텍스트를 그저 눈으로 읽고 머리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시간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은 읽는이에게 무언가 남겨야한다. 한 권의 책, 한 줄의 글을 읽더라도 마음 속에 깊게 와닿고 앞으로의 행동에 변화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생각을 낳아야하고 독자는 책에서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 독자는 읽는내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하고 대답을 찾아야하는 능동적인 행위를 해야한다. 단지 베스트 셀러라는 이름만으로 책을 고르고 남들이 읽기에 나도 따라 읽는 수동적인 행위는 오히려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능동적으로 책을 읽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은 읽는 것은 앉은 자리에서 후딱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곱씹어보며 하루 이틀 혹은 한달이 걸릴정도로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해야한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의미와 주제를 이해하여 삶에 적용시켜 변화를 주어야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동안 많은 양의 책을 읽음에 의해 능동적인 독서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책을 읽어야하는가?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베스트 셀러라는 물고기만 낚아채지 않기를 바란다. 낚시대를 잡은 이는 고전이라는 물고기를 잡아야한다. 고전을 단지 읽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향연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100년, 200년 전에 쓰여진 글이 지금 세대에게까지 읽히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전 속에는 삶의 지혜와 영혼이 담겨있다. 단순한 힐링으로 한 마디 건네는 것이 아닌 진중하고 귀감이 되는 구절들이다. 고전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정해주진 않지만 그 갈피를 잡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꾸준히 고전을 읽어나가면 분명 사고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달라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전까지는 막연하게 독서를 하였다면 이제는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작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에대한 대답을 찾기위해 책뿐만이 아닌 삶에서도 행동하게 될 것이다.




  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고전이 차지하는 자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많은 독자들이 <1984>를 읽고 현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가 되어 사랑의 가치와 낭만에 대해 느끼며 <논어>를 읽고 삶에 귀감이 되는 구절들을 가슴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인기있는 자기계발서는 가볍게 기분전환 겸 읽고, 가방에는 고전과 정말 당신에게 영감이되고 깨어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을 가지고 다니길 바란다. 



  삶의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베스트 셀러에 가려져 뒤편에 처박혀있는 고전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선배들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여 써내려 간 한 구절 한 구절 안에 진리는 녹아들어있다. 
  조만간 서점에 간다면, 베스트셀러는 잠시 접어두고 고전의 향기에 심취해보라. 분명 이전과는 다른 당신을 보게 될 것이다.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클리프턴 패디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