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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365/매일365

진심을 다해 사랑하라


진심을 다해 사랑하라



  연애와 사랑의 차이점을 콕 집어서 구분해내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무엇이 연애고, 사랑이고, 인연과 연인인지 때로는 내 머리를 과부하 걸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애든 사랑이든 두 사람의 ‘끌림’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두 사람만 아는 묘한 매력 속에서 싹이 터서 관계가 시작되어 밥도 먹고 가끔은 영화도 보고 또 가끔은 다투기도하며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연애’ 라고 생각해보면, ‘사랑’은 어떠한 모습을 띄어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사랑을 아가페, 필리아, 스톨케, 에로스 4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로 아가페는 무조건적인 주는 사랑이다. 예를 들어 신과 부모님같이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필리아는 오직 한사람에 의한 종교적인 사랑이고 스톨케는 많은 관계에 의한 친구, 이웃, 연인 등 정으로 주고받는 사랑이며 마지막 에로스는 가장 본능적이고 육체적인 순수한 사랑이라고 한다. 
  저들이 나눈 사랑을 확실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대략적으로는 크게 저러한 양상을 띄고 사랑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사랑은 한가지의 확실하고 절대적인 것이 아닌 충분히 유동성있고 다양한 관계에서 사랑은 나눠진다. 

  한 때, 1년 좀 넘게 연애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모든 시간과 공간이 그 친구를 향해 돌아갔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 돈은 우리의 세계를 지속시키는데에 총동원 되었다. 그게 다였고, 그게 진리인줄만 알았다. 내 모든 것을 공유하면 영원할줄만 알았던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예상하는대로 10대, 갓 20대가 흔히 하는 착각. ‘내 사랑은 영원할거야’ 라는 것은 전혀 영원하지 않은 사랑으로 끝이났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주기에는 둘의 그릇이 꼭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고보면 참 많이 아파했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는 학생이라 술로 고통을 해소하지 않은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학교 운동장을 엉엉 울며 수없이 돌고 또 돌고, 그 친구 집 근처에서도 울어보고 메달려도보았다. 체중도 39kg까지 빠지기도 하고 수없이 울고 또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그제야 알았다. 연애는 둘이서 하는 것이지만 사랑은 혼자만이라도 할 수 있다는것을. 같이 손잡고 걷지는 못하더라도 추억 속에서 나란히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점차 희미해져갔고 그때는 생각만해도 한 편이 아려오던 것이 이제는 웃으며 추억으로 얘기할 수 있게됐다. 


  누군가는 그런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였다고. 그러나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연인관계는 둘만 아는 것이고, 또한 상대가 그때가 혹은 이제 나를 증오한다할지라도 본인이 그 시절을 생각할 때에 마음 한 편에 에너지가 되고 그 순간에 충분히 진심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그래서 어려운 것일까, 나는 연애는 많이하고싶지만 사랑은 되도록 적게 하고싶다. 누군가에게 온 마음과 시간을 쓴다는 것이 이제는 어렵고 귀찮게까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시 사랑을 찾아 어디든지 갈 것이다.
  적다면 적게 느껴지는 1년이란 시간동안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고 느낀다. 반년동안 나름 꽤 아파하고 절망했기에 더이상의 미련은 없다. 그 시간속에서 잘 이겨내온 내 존재에게 오히려 박수를 쳐주고싶다.

  
  너무나도 일회성이 판치는 세상이다. 참 쉽게 만나 후다닥 감정을 소모하고 뒤돌아 칼을 꽂는 현대인들의 ‘사랑’을 나는 그닥 좋게 보지는 않는다. 참으로 일회용적인 사랑이다. 그러나 이 또한 사랑이다. 내가하는 사랑만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타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관에 따라 사랑하고 이별한다. 이 세상에 사랑이란 것의 정답이 어딨겠으며 정의를 논하는 것이 오히려 무의미하다. 다만 나는 우리가 ‘진심을 담아’ 사랑을 하는 그런 멋있는 인간이 되었으면 한다. 진심은 언제 어디서든 통한다. 설사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진정 사랑하고 아파했다면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모적이고 일회성 짙은 사랑보다는 온 마음과 시간을 다해 사랑한다면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사랑은 한 사람의 세계를 뒤흔드는 그런 꽤 멋진 일이다. 그것이 설령 후에 눈물을,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동반할지라도 고통 속에서 배우면 된다. 슬프고 눈물나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오늘 하루를 미소지으며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아이리스 머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