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365/매일365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당신


  나는 올해 1월부터 시내에 있는 한 개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뭔가 카페 알바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고 정확하게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해야하는 편의점이나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 같기에 일부러 개인 카페에 지원을 했고, 사장님은 채용해주셨다. 처음에야 카페 알바에 대한 헛된 환상과 로망때문에 일하는게 무엇보다 즐겁고 카페에 가는 발걸음은 부스터 달린 듯 마냥 신났었다. 그런데 웬걸, 일하는 날이 많이지면 많아질수록, 다양한 손님을 만나면 만날수록 내 육체의 기가 점점 빨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참 다양한 손님이 많았다.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 그러나 저녁타임에 일해서 그럴지는 몰라도 약주 한 잔 걸치고 오셔서 아가씨와 술 한 잔 하고싶다는 분, 카운터 바로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시는 분, 음료가 자기 입맛과 안 맞는다며 사장 부르라고 소리치는 분 등 아주 다양한 종류의 손님이 많았다. 그 중 최악은 툭하면 사장 부르라는, 알바생을 아주 종 부리듯 부리는 손님들이 최악이였다. 아마 이 부류는 카페 문을 열자말자 ‘나는 이 곳에 왕으로 왔고, 너는 나를 왕 모시듯이 하여라’ 하는 마인드로 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속담아닌 속담을 혐오한다. 이게 옛 조상들의 권위적이고 사대부적인 태도다 빚어낸 문화라고 본다. 이러한 수직적 구조가 수많은 ‘갑질 행세’의 문제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더 이상 위 아래 구별이 없는, 모두 다 평등한 21세기에 살고있다. 어른이라고 아이보다 더 뛰어나고 대단한 것이 아니고, 돈이 많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하는 듯 하다. 내가 서울에 좋은 집에서 살기에 나보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로 현 사회와 굉장히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서비스직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우리 카페 특성상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고 손님을 받아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기본적인 인간성이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어른 손님들을 대할 때에는 당연히 속상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창 인터넷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바로 이러한 이기적인 심리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한다. 
‘택배 기사는 노예가 아닙니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글이었는데 읽기도 전에 벌써부터 어떠한 문제인지 짐작을 하게 만든 이 사회가 정말 지긋지긋하다. 글의 내용을 이러했다. 서울에 어떤 아파트에서는 택배 차가 아파트 주민의 안전상에 문제가 된다고 정문부터 걸어오라고 하여 많은 택배기사들이 곤란을 겪고 있어 모든 물품을 반송처리하고,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글이었다. 그 한장의 사진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한민국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밖에 안되는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 얼마나 악한지 느끼게 해주었다. 





  정말 더운 여름날씨이다. 밖에 아무것도 안하고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마당에 정문부터 그 무거운 박스들을 들고 걸어오라는 주민들의 갑질행세가 참으로 밉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배송비 2500원에 소비자는 택배기사를 노예 부리듯이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택배를 시킬 때마다 항상 전화로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웃으며 통화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이렇게 힘들고 더운 마당에 밖에서 일하고 여기저기 운전하시는 그 분들은 더 힘들걸 알기에 그러는 것이다. 좋은 말 한마디도 부족한데 걸어오고 가라니, 참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시민의식이고 대한민국 사회이다. 
  그렇게 갑질을 하는 잘난 주민들도 분명 어디선가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이는 처지일텐데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이런 못된 마인드가 뿌리 뽑혀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인간이다. 저 잘난 주민들도 한 인간이고 택배기사들도 한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기에 서로를 위해주어야한다. 단지 소득수준, 직업, 집의 평수로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 아무리 대한민국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어도 개개인의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정말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곳이 카페든, 집이든, 회사에서든 수직적 구조로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 수평적 구조로 살아야 한다. 같은 인간이고, 다 같이 한 사회에서 공생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각 개개인에게는 타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전혀 없다. 



  나는 택배기사들의 파업을 존중한다. 오히려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들이 부럽기까지하다. 그들은 그들의 소중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부당한 요구에 파업을 할 권리도 당연 있다. 단 돈 2500원에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되고 그 돈에 착취를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통해 그 아파트 소수의 주민들이 반성을 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 인간의 아주 이기적인 욕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알기를 바란다. 



  또한, 카페를 가든 어디를 가든 손님이 왕이라는 마인드도 좀 버렸으면 한다. 그런 마인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알바생들에게 수고하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손님이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고, 카운터 앞에 서있는 직원도 같은 인간이다. 우리 인간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맺고, 인간적으로 살아가자.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매일365 > 매일36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2  (0) 2015.08.17
당신만이 아는 '그 다음'  (0) 2015.08.06
Beyond the BEST SELLER  (0) 2015.08.02
진심을 다해 사랑하라  (0) 2015.07.22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0) 201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