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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감성/씀

덜컥, 기대期待하다

 덜컥, 기대期待하다



 내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분히 다혈질 성격이 강한 사람이다. 좋으면 좋다고 얼굴에 티가 확 나고 싫으면 싫은대로 불편한 감정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괜히 흐지부지한 태도는 좋아하지 않아서 나름대로 깔끔하게 만나고, 정리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내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고충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덜컥덜컥 기대를 하는 것이다. 

 

  기대를 하는 것이 왜 고충으로 자리잡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오히려 기대하는 태도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다. 百闻不如意见이라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한 때, 기대를 참 많이, 다양하게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 습관은 어려운게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언행하길 원하는 것’ 이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할 사람이 벌써 몇 보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아라. 당신들에게도 나와 같은 이 미운 습관이 새싹마냥 고개를 삐죽 올리고 있을테다. 

 

  예를 하나 가정해보자. 당신은 오후 네시에 집 근처 커피숍에서 애인와 약속을 잡았다. 차근차근 준비를 하니 시간은 흘러서 세시 삼십분 경에 다다르고 있는데 이 때 당신은 괜한 기대를 하나 한다. ‘그 사람이 우리 집 앞으로 와서 나와 같이 가면 좋을텐데..’ 라는 상상. 한 번쯤은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식이 아니더라도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하나에 기대하고 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당신은 알고있다. 그런 막연한 상상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마 사랑하는 그이는 약속시간에 한 오분쯤 늦게 미안하다며 머쓱하게 카페 문을 열을 것을.  
  


  처음 사람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는 모든 연인들에게는 이러한 관례 아닌 관례를 한번쯤은 거치게 된다. 그 사람이 나같고 내가 그사람과 같아 심지어는 생각과 행동마저 일치시키고싶어하는 당돌하고 못된 습관이다. 그러나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그 감정 하나만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세계도 건설하고 부수는 마당에 이런 것쯤은 사소한 애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큰 상처는 실오라기같은 작은 실수하나로부터 시작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혼자 덜컥 기대하고 희망을 갖다가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면서 괜히 상대에게 샐죽거리는 것이다. 

 

  내게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다. 다양한 모습, 다양한 이유로 상대에게 희망과 기대를, 실망과 아픔을 주고 받고했었다. 돌이켜보니 좋은 배움이면서도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쉽게 기대하지않는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만 더 큰 법을 알았으니 스스로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내 뜻대로 안되듯, 나도 덜컥 누군가에게 쉽게 기대하기도 한다. 기대의 끝은 언제나 실망이었기에 얼른 마음을 집어넣는 나의 모습에서도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 받고한다해서 우리의 기대하는 태도가 금방 변하지는 않는다. 좋아하고 마음이 있다면 기대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상대는 내가 아니고 나 또한 상대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각자 하나의 주체이다. 결코 나와 너가 같은 일심동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너무 쉽게, 많이 기대하지는 말자.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것을 꼭 알아두면 좋겠다. 

 

  또한, 상대의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말고 말 그 자체로 보도록하자. 말 한마디부터 시작해 행동과 그 사람의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기대와 의미부여가 빠진다면 얼마나 담백하겠는가! 

 

  지금 당신도 모르는 새에 덜컥, 기대하게 되고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의 한 걸음을 밟고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부디 조심하길 바란다. 



  가시나무를 심는 자는, 장미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필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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