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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감성/씀

무라카미 하루키


春上村树,Murakami Haruki, 무라카미 하루키



  내게는 약간의 뒷북을 치는 모습이 종종 있다. 대화에서는 별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의외로 책이나 작가, 음악 등에서 뒷북을 둥둥 울린다. 예를 들어 가수 리쌍의 <TV를 껐네> 같은 노래도 나만 아는 노래라고 생각하여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은적이 있다만 사실 후배도 친구도 심지어 나이가 있는 카페 사장님까지도 아는 그런 흔한 노래였다는 것에 다소 충격을 먹었다. 
  음악은 오히려 약과다. 책이나 작가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북을 크게 울린다. 오늘 말하고싶은 이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사실 나는 일본 소설은 심히 감성적이고 유치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일본에서 출간한 책들은 손에 잡지 않았었다.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의 이름은 듣도 보도 못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하루키 그는 일본과 한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며 그의 판권을 사기위해 우리나라 출판사에서는 수억의 돈을 쏟아붓기까지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것도 모른채 그냥 '일본의 흔하디 흔한 글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니 알량한 지식에 창피하기만했다. 


  역시 인연은 언젠간 만난다더니, 사실 이제는 어떻게 하루키의 책을 읽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다만, 가장 먼저 읽게 된 책은 그 이름도 길고 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였다. 친구가 그 책을 읽고있기에 뭔지 모르는 시샘이 나서 뺏어서 읽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 같다. 그렇게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만나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괜히 생색내고싶고 기분좋은 그런 작가로 내게 다가온다. 세상에 태어나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그렇게 무언가에 빠져들게 만든 작가는 결단코 처음으로 하루키였다. 그의 문체나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이 가지고있는 그들만의 스토리와 각각의 매력이 나를 매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이 1Q84에 등장한 남자 주인공 ‘덴고’라는 것도 나의 애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시간과 상황이 맞들어가면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 두꺼운 <1Q84> 전편도 바쁜 시간을 짬내어 일주일도 안되서 다 읽었고 노르웨이의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는 하루 안에 다 읽었다. 다음 한 장이, 다음의 한 줄이 나를 계속해서 읽게 나가게 하였다. 특히 아직도 인상깊은 경험은 <1Q84>의 아오마메가 한 종교단체의 보스를 죽이기 위해 같은 호텔 방 안에서 침착히 침을 놓으려는 장면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소파에 편히 누워서 읽다가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점 자세를 고쳐 앉아서 읽던 나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였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완독을 했을 때는 나도모르게 괜히 뿌듯하다. ‘이번 소설도 다 읽어냈구나!’하는 그런 스스로의 자부심도 있다.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거의 다 읽었다. 중간에 책이 없어서 미처 못 읽은 <태엽감는 새>의 3,4편은 조만간 읽을 것이다. 그의 에세이나 단편 소설은 한숨에 읽어내려갔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의 단편소설 몇개가 있는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중국행 슬로보트>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는 하루키의 처녀작이라 그런가 무언가 약간 허술하고 엉성하다. 살짝은 우습기까지한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정갈되지않은, 청춘의 한 자락을 보여주고 회상시킨다. 나는 하루키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 노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감성을 굉장히 잘 드러내고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한 청춘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끝없이 상상을 할 수 있고 나의 과거를 되돌아 본다. ‘그 때의 나라면’ 하는 생각도 한다.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조각조각의 과거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내가 다르게 행동하였다면 어떠한 모습의 ‘지금’이 있을지 궁금하기도하다. 
  더이상 하루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든 한 물 간 작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이, 그가 생각한 글의 부분이 내게로 와 나를 흔들었다는 것이고, 영향받았다는 점이다. 그가 창작한 모든 소설과 에세이를 다 읽고싶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길 바란다. 한 독자로서 그의 책들을 계속 읽어나갈 것이고 응원할 것이다. 
  뒷북을 둥둥 울리긴 울렸었다. 설령 뒷북일지라도 누구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싶어하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러한 두서없는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쓰고싶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뜩 생각났다. 또 한 구절을 싣고싶다. 

    
 우리는 그 때 만나야했기 때문에 만난 것이고, 행여 그 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어디에선가 만났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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