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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감성/씀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분명 1년이란 것이 내게 굉장히 큰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365일은 느리고 더딘 시간이라 언제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나 손꼽기를 수도없이 했던 듯 하다. 내게 1년이란 그렇게 금방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은 지나가서 겨울이 길었던 시간들이었다. 


  스무살이 된 지금은 예전과 정말 다르다. 작년 31밤 핸드폰을 키고 앉아 정확히 15년 1월 1일, 스무살! 이러면서 기대하고 들떴었다. 내 인생 스무살을 가장 파랗게 만들 수 있게 노력하자며 혼자 손잡고 기도도 했었다. 그때만해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것인 줄 몰랐다. 사실 봄에 대한 추억은 거의 없이 지나갔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날 밤에 퇴근하고 맥주 한 캔 딸랑들고 혼자 산책 했던 것 뿐, 카페 알바를 시작하고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것,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상처를 주고 받고 했던 것 등 그닥 파랗지도, 무미건조하지도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성인이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8개월이 지나가고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무언가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관두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벌써 적적하다. 아마 곧 '마지막'이라는 개념이 다가올 것이라 그런가싶다. 올 겨울이 지나면 나는 이곳을 잠시 떠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타국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것들과, 인연에게 잠시 이별을 말해야해서 이렇게 적적한가싶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랬다. 시간과 삶은 동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까.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또한 이별이 많아지는 것이다. 많은 관계는 시작을 하고 이별을 하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고 시작을 했다면 끝은 언제나 맺어진다. 그렇게 많은 이별과 많은 시작에 겁내지 않고 의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이 두렵다. 두려우면서도 오히려 선망하기도 한다. 이별에 대해 조금 더 덤덤해지고 시작을 피하지 않았으면한다. 


  뜨거웠던 8월이 지나가고있다. 그렇게 많이 살도 타지 않았고 비도 오지 않았던 그저 보통의 여름이었다. 여름은 그러했지만 내 마음속에 남겨진 사람들과 추억은 보통이 아니였다. 이제는 곧 선선한 가을이 올 것이다. 내게도 그들에게도 같이 가을이 올 것이다. 가을은 짧고 강하게 내 곁을 스쳐지나갈 것이고 그렇게 찬 겨울이 오겠다. 그 겨울에 아마 많은 눈물이 떨어질 듯하다. 그 때가서 무너지기 전에 나는 오늘도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하며 연습을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또 나만의 외로운 연습을 계속한다. 

  이별은, 이별은 또 하나의 시작을 데리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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