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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365/매일365

개미와 베짱이의 삶

짐작해보건데 아마 당신들은 어렸을 적 '개미와 베짱이'를 읽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소설은 이솝우화 중 하나로서,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일하는 가치에 대한 양면적인 도덕적 교훈을 준다. 이 우화는 겨울을 대비해 음식을 모으는 개미와 따뜻한 계절동안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 베짱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개미는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어떠한 '글'을 읽을 때 곧이 곧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화시켜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이제 내가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개미와 베짱이'를 자기화시켜보겠다.

흔히들 우리는 개미가 미래를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계획하는 태도를 보며 '나도 개미처럼 열심히 준비하고 살아가야겠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베짱이는 띵가띵가 놀고 먹다가 결국 구걸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베짱이처럼은 살지 않아야겠다' 라는 교훈을 얻는다. 

개미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주말에도 쉬지않고 일을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하여 앞만 보고 달리는 존재다. 생각해보니 마치 대한민국의 학생들과 비슷하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삶과 비슷하다. 대한민국의 고3은 어떤 존재인가, 대학입시를 위해 주말은 당연하며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심지어는 새벽 1,2시까지 주야장천 공부한다. 이 공부란 본인이 좋아해서 흥미를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주입식 한국 교육을 뜻한다.(물론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재미있게 하는 대단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여기 글에선 제외하겠다.) 그들은 말한다. 지친다고,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에 가서 연애도 하고 놀고싶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싫더라도 다시 책상머리 앞에 앉는 그들이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식량을 마련하다. 개미와 고삼은 꿈이 있다. 그러나 이 꿈은 설탕을 놓아야하는 잔인한 꿈이다. 혹시나 힘들 미래를 위해 지금의 즐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 나는 이 삶이 바람직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바람직한 삶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이란 아직 오지않은 미래를 두려워하여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당장 오분 뒤에 내가 누굴 만날지, 무엇을 할지는 그 어떤 위대한 성인이라도 알지 못한다. 하물며 5년, 10년 뒤의 미래를 위해서 사랑하는 친구와의 저녁약속을 포기하고 공부하기에는 우리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보통 다수의 고삼과는 약간, 아니 많이 거리가 멀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주입식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이란 말이다. 이런 나의 시선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자주 든다. 홍삼과 비타민제를 들고 살며 낮밤없이 앉아서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로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정말 바람직한 삶이란건가'하며 의구심이 든다. 물론 그들이 그들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칭찬할만 하다. 그러나 독서할 시간, 친구와 깔깔 웃을 시간, 깊이있게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도 없이 사회에나가면 더 이상 쳐다도 보지 않을 미적분과 해석도 되지않는 수능 영어를 위해 매일을 소비하는 것은 그닥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인간은 'case by case'이다. 환경에 따라 충분히 나와 너가 다른 것이다. 결코 베짱이의 삶이 옳은 것이고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베짱이는 현재를 사는 존재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바로 여기, 지금을 최대한 살려하는 존재다.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을 최대한으로 살아간다면 하루는 뿌듯함으로 꽉 채워질 것이다. 이런 하루하루가 모인다면 미래도 더욱 유쾌하게 보내지 않을까.

톨스토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사람과 함께 마주하는 지금을 보내는 일이라 하였다. 지나간 과거도, 앞으로 올 미래가 아닌 현재를 최대한으로 살아보자는 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는 바람직한 자세이다. 그러나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미래를 준비한다면 아직은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가 더욱 불안정하지 않을까싶다. 개미의 꾸준함과 착실함을 갖되 베짱이의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향유 할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로서의 바람직한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개미의 계획성을 배워나가고싶다. 베짱이의 현재를 향유하는 태도는 내게 지금도 충분하다. 미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간다면 내가 만든 '바람직한 삶과 인간'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도 어렴풋한 미래의 즐거움보다는 눈 앞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한 번 맛보길 바란다.